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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dad

좋은 아버지가 되는 비결

좋은 아버지가 되는 비결


큰딸이 중학교에 들어가고, 셋째 늦둥이 딸이 태어나자 마흔을 넘기는 남편은 갑자기 '좋은 아버지들의 모임'이라는 곳에 등록을 하고 왔습니다. 원래 다정 다감하고 집안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 조금 의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갔다 온 날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는 열심히 돈 벌어 오고 아이들 용돈 주고 어디 가자고 하면 군말없이 함께 가주고 그러면 다인 줄 알았는데 교육을 받아 보니, 아빠는 아주 셈세해야 겠다는 것과 자식들만의 아빠가 아니라 아내와 나 자신에게까지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모임이지만 왜 꼭 그날은 약속도 그리 많이 생기는지 .... 어렵게 약속을 물리치고 모임에 가는 남편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약속도 미루고 당직도 바꿔가면서 아직 한 번의 결석도 없이 다니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서 머뭇거리다가도 제가 "아이들이 말은 안 하지만 아마 당신이 6개월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다니는지 주시하고 있을 걸" 하고 말하면 두말 없이 갔다 옵니다. 얼굴에 피곤이 잔뜩 묻어서 갔다가도, 돌아올 때는 환하게 봄꽃이 피어 옵니다. 이제 겨우 4주가 지났습니다. 어느 날은 노래도 배워오고 어느 날은 숙제가 많다고 툴툴거리기도 하고 어느 날은 느닷없이 아주 작은 선물을 사들고 오기도 합니다.
남편이 배워 온 것 중에서 아주 재미있는 것 한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매월21일은 둘이 하나 되는 날이랍니다. 매달 21(둘이 하나)일에 아주 작은 거라도 둘이서만 보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든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4월 21일에 둘이서 화분 하나씩을 나누어 갖는다든지 하는... 아주 작고 작은 일이지만 둘이서(부부) 만드는 특별한 일은, 살아가는데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데 좀더 따뜻함을 더해주지 않을까요? 독자 여러분도 매월21일에는 탁자에 촛불도 켜고 둘이서 차 한 잔이라도 마셔 보세요. 촛불만큼이나 가슴이 따뜻해질 겁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from 좋은생각 행복 이야기 에서
안호순
강원도에 사는 <샘터> 애독자입니다.